로봇과 일자리 놓고 다투는 씁쓸한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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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5월 1일)을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 비릿한 쇠냄새가 풍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아반떼와 아이오닉 차체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노동자들은 2인 1조로 차체에 달라붙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사람 팔 모양처럼 생긴 로봇이 자로 잰 듯한 정확도로 불꽃을 튀기며 차체 전후방을 용접했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이 노동자들은 10~20년 뒤에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기술이 고용 위협"
현대차노조 고용보장 요구
3공장에서 만난 기술직(옛 생산직) 50대 노동자 이 모 씨는 "아들 같은 젊은이들 생각을 하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향후 10년 뒤에는 어쩌면 해외공장 건립보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한 고용 불안이 더 큰 문제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판을 달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국내 노사관계에서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2017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조합원 총고용 보장'을 요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으니 고용 보장 합의서를 써 달라는 요구다.
노조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체적 이유까지 적시해 총고용 보장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조합원만 4만 5000여 명을 거느린 국내 최고 유력 노조가 인공지능 로봇에 일자리를 뺏길까 걱정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전기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해 가는 추세에서 현대차 엔진사업부 수천 명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숙제로 다가왔다.
박유기(노조위원장) 현대차지부장도 지난달 25일 열린 2차 교섭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노동자의 위치에 대한 대비를 위해 먼저 친환경차와 관련해 (노사 간) 소통이 필요한데, 사측의 대책이나 구체적 내용이 거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노조 관계자는 "'자동차 공화국' 울산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농담 같지만 '노동자의 날'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날'이 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미 민주노총 울산본부,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과 함께 김철홍 인천대학교 교수팀에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 산업'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울산정보산업협회 이영규 회장은 "노사 모두 생산 현장에서 불거질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노동자 고용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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